부모님과 함께 서울에 살던 미미는 집안이 어려워지자 시골 외갓집에서 살게 된다. 미미는 처음엔 울며불며 슬퍼하고, 시골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따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유쾌한 또래 친구들, 친절한 담임 선생님 등을 만나 금방 사두리에 적응한다.
사두리 마을에서는 점방을 배경으로 하여 에피소드마다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난다. 미미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도 웃음과 눈물이 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따뜻한 동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받는 과정에서 감동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시골 사람들이 사용하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도 정다움을 느끼는 데 한몫한다.
이 책에서는 이장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애쓰는 할아버지와 학급 회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미미, 마을 개발로 인해 이사 가는 사람들과 문을 닫게 된 학교 등 비슷하거나 연결된 사건을 함께 보여준다. 또한 미미가 영어 교실에서 만난 여러 친구를 통해 ‘다문화 가족’을, 쓰레기 매립장을 만드는 문제로 마을이 시끄러워진 일에서는 ‘님비 현상’ 등 가족, 지역, 나라, 세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어른들의 사회와 어린이들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피부에 닿자마자 발진을 일으키고 태우지 않으면 녹지 않는 '방부제 눈'이 내리는 재난의 시기를 배경으로, 10대의 절반이 눈 아래 묻힌 채 성인이 되어 버린 두 인물의 시간들을 애틋하고도 경쾌하게 그려 낸 조예은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소설가 조예은은 전작 , 를 통해 일상에 침투한 작은 종말의 조짐들을 꾸준히 그려 왔다. 이번 소설에서는 그 무대를 전 세계로 확장해 재앙 후의 일상이라는 길고도 막막한 삶의 아이러니를 한층 치열하게 보여 준다.
다 망해 버리기를 습관처럼 중얼거리던 일상과, 바람대로 세상이 무너져 버린 뒤에야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아이러니. 전 인류적 재앙이 낯설지 않은 지금이 모루와 이월의 여정을 바로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때일 것이다.
소피 블랙올 스스로도 ‘열정을 가장 많이 쏟아 만든 작품’이라고 고백하기도 한 는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에 대한 사려 깊은 소개서다. 구상부터 제작까지 5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그림책은 퀸이라는 아이가 먼 우주에 사는 외계인 친구에게 편지를 띄우는 형식을 통해 지구에 사는 70억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을 소개한다.
풍부한 색감의 일러스트로 담아낸 지구는 그 하나뿐인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며, 함께 사는 서로서로를 돌봐야 하는 이유를 감각적으로 일깨운다. 소중한 지구와 그 지구에 사는 아름다운 생명체들에 대해 무궁무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시와 소설에서 동시에 미학적 탐사를 이어가고 있는 김선재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두 여자가 재회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걸어 나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심리적 결핍과 관계맺음의 공백 때문에 자신을 철저히 감춰야만 했던 인물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엄마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침묵을 선택한 노라는 좀처럼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런 노라에게 20년 만에 의붓자매인 모라가 연락을 한다. 모라 역시 친엄마를 떠나보낸 뒤 외부에 자신을 철저히 맞추며 살아왔다.
모라는 사업 실패와 계모와의 이혼 후 정처 없이 떠돌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노라를 떠올린다. 이름도 생일도 비슷하지만 살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했던 두 자매가 기억과 경험의 편차를 넘어 어떻게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상자’는 사람의 무분별한 욕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버려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상징한다. 특히 ‘상자’를 의인화하여 생각과 감정을 넣으면서 이 그림책의 이야기성은 더욱 확장되어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오늘도 번개쇼핑 택배 기사는 수백 개의 택배 상자를 가득 싣고 배송을 시작한다. ‘띵동, 택배 왔습니다.’ 어느 아파트 누군가의 집 현관 문 앞에 택배 상자가 배달되었다. 힐끔 문을 열고 주변을 살피던 남자는 쓱 택배 상자를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드디어 왔구나!’ 잔뜩 기대감에 찬 남자는 택배 상자를 열어 주문한 물건을 확인한다. 헬멧 모양의 자동칫솔. 남자는 더 이상 상자가 필요 없는 상자를 밖으로 휙 던져 버린다. 휙! 툭! 슉! 뻥! 아파트 각 층, 각 호에서 버려진 택배 상자들은 쌓이고… 쌓이고… 쌓인다.
어느새 아파트보다 더 높이 쌓인 상자들. ‘배고파!’라고 외치더니 갑자기 상자들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우적우적, 쩝쩝, 와구와구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과연 세상을 집어삼킨 상자들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상자에 집어 먹힌 사람들과 세상은 어떻게 될까?
마코비츠 교수는 자신이 마주해온 미국 엘리트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변화가 미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탁월하게 추적한다. 능력주의는 결국 현대판 귀족 사회, 즉 엘리트 신분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귀족은 땅과 재산을 물려받았다면, 현대의 엘리트는 값비싼 교육을 통해 ‘인적자본’으로 대물림된다. 축적된 능력 그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능력주의 사회로 한국을 지목하기도 한다.
오늘날 엘리트는 일생을 전력투구해서 인적자본을 쌓고 ‘멋진 일자리’를 얻은 뒤에도 자신의 재능을 끊임없이 입증하다가 탈진한다. 능력주의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치는 『엘리트 세습』은 능력주의의 두 중심축인 엘리트 교육과 엘리트 위주 일자리의 가속에 가해야 할 대안 역시 제시하고 있다.